이틀 후면 한국나이로 서른이다
서른이란 나이가 무지막지하고 대단해 보이던 때도 있었다
막상 그 나이를 앞두니까 한 살 더 묵네 이럴 뿐이다 나이가 뭐 별건가
3년전인가. 전 회사 선배 중에 하나가 나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
"내가 은영씨 나이면 인생 reset 여러번 했다."
그 때는 그 말이 와닿지 않았다
대학을 졸업한 이후로, 난 내 자신이 확 늙어버린 기분이었으니까
난 더 이상 스무살이 아니였으니까 26살이나 30대나 똑같았다
28살 가을에 4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다른 직장으로 옮기고
혼인신고를 하고 비행기를 타고 이곳까지 오면서 "reset"이란
단어를 다시 떠올렸었다
내가 나이가 좀 더 많았으면 그런 결정 내리기 쉽지 않았겠지란 생각
1년이 지난 지금에야 한다
내후년에 공부 시작하겠다는 나에게 엄마는
너 도대체 애는 언제 낳을래?로 시작해서
공부해서 뭘 얼마나 대단해지려 그러냐로 이어진 후,
니가 스물 일곱에 미혼이면 안 말린다와 함께 혀를 끌끌 차더니
인생 별거 없다 둘이 알콩달콩 사는 게 제일 중요해로 마쳤다
우리 엄마, 몇 달 전만 해도 니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어
공부도 꼭 해 닌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니
얼마 전 태어난 사촌언니 아들 보고 오더니 맘이 확 바뀐 모냥이다
애 낳아서 한국에 두면, 자기든 누구든 키워준다며. 이 놈의 변덕쟁이 아줌씨
하고 싶은 게 많은 걸 어떡해. 아직 못 해 본 게 많은 걸 어떡해.
평균 수명 길어져서 80까지 산다치면, 아직 반도 못 살았고만
애 좀 늦게 낳으면 어쩌나. 지 밥그릇 지가 가지고 나오는 거지
건강하고. 인생 즐겁게 사는 방법만 아는 아이 낳으면 로또인거지
임신을 하고, 애기를 낳고 기르는 건 나에게 또 한번 reset이 될텐데
정말 중요한 일이니 준비된 상태이고 싶다
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동시에, 인생에 후회없는 엄마이고 싶으니까
나에게 맞는 시점은 내가 정하기 나름인거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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